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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의 세금 걱정이 국민의 걱정인가…부동산 세제개혁,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

초고가 주택 보유자 목소리에 쏠린 언론…정작 세 부담 줄어드는 다수는 어디에 있나
실거주 1주택자는 보호하고 초고가 자산에는 합당한 부담…부동산 세제 정상화의 원칙 지켜야

 

정부가 내놓은 2026년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둘러싸고 일부 언론의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 보도의 중심에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무주택자나 실거주 1주택자가 아니라 수십억 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극소수 자산가들의 세금 걱정이 자리 잡고 있다.

 

정책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 언론의 당연한 역할이다. 그러나 극소수의 사례를 반복적으로 부각하면서 그것을 마치 국민 전체가 겪게 될 부담인 것처럼 전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마이뉴스가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활용해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8월 2일부터 12일까지 보유세 관련 언론 보도 424건을 분석한 결과는 이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관련 기사 가운데 정확도 상위 100건의 지역명 빈도를 분석했더니 서초구 34회, 강남 32회, 강남구 29회, 송파구 26회였다. 반포동은 17회, 압구정동과 대치동도 각각 10회 등장했다.

 

대한민국의 부동산이 언제부터 강남·서초·송파의 초고가 아파트만을 의미하게 됐는가.

 

전체 주택 0.3%의 목소리가 국민 전체의 목소리인가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실제 사례 취재다.

 

오마이뉴스 분석에 따르면 현장 취재 또는 사례를 담은 기사 64건 가운데 시세 40억 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단지를 직접 언급한 기사가 29건, 무려 45.3%에 달했다.

 

그 가운데 압구정 현대·신현대가 24건, 래미안원베일리 10건, 대치 은마아파트 9건,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7건 등으로 나타났다. 단지명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강남권 반응을 취재한 기사도 18건에 달했다.

 

반면 정부의 이번 세제개편으로 세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세 35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은 약 5만 호로 전체 주택의 약 0.3%라는 것이 해당 분석이다.

 

그렇다면 질문해야 한다.

 

왜 언론의 카메라와 마이크는 이 0.3%를 향해 그토록 집중적으로 달려갔는가.

 

수십억 원짜리 주택을 가진 사람도 국민이고 그들의 세 부담 역시 언론이 보도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목소리만 지나치게 확대되는 순간 발생한다.

 

40억, 50억, 70억, 심지어 100억 원을 넘나드는 주택 소유자의 세금 걱정이 대한민국 보통 국민의 부동산 현실을 대표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작 세금이 줄어드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없었다

 

이번 개편안에서 반드시 함께 봐야 할 내용이 있다.

 

정부는 실거주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공시가격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였다. 정부 정책 설명에 따르면 이에 따라 시가 약 20억 원 이하의 거주용 1주택은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시가 30억 원 이하의 실거주 1주택자도 세 부담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됐다. 반대로 40억~50억 원을 넘어서는 고가주택은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연합뉴스도 개편 내용을 분석하면서 종부세 과세 기준이 공시가격 12억 원 초과에서 14억 원 초과로 완화되는 한편, 시가 35억 원을 넘어서는 주택부터 세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즉 이번 정책은 모든 1주택자를 일률적으로 압박하는 정책이라고 단순화하기 어렵다.

 

실거주 중산층 1주택자의 부담은 덜어주면서 고가 자산에 대해서는 그 가치에 상응하는 부담을 요구하는 방향에 가깝다.

 

그런데 언론 보도는 어땠는가.

 

오마이뉴스 분석에 따르면 세제개편으로 세 부담이 줄어드는 내용을 담은 기사는 불과 6건이었다. 그것도 통계와 해설 중심이었으며, 실제 세금이 줄어드는 주택 소유자를 찾아가 인터뷰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이 정도라면 단순한 기사 한두 건의 문제가 아니다.

 

언론이 어떤 사람을 찾아가고, 누구의 목소리를 제목으로 뽑으며, 어떤 아파트를 반복해서 보여주는가에 따라 국민이 받아들이는 정책의 모습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50억 아파트 보유자의 어려움만 '서민의 고통'처럼 전달해서는 안 된다

 

고령자가 오랫동안 한 집에서 거주하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세 부담이 커진 경우처럼 세밀하게 살펴야 할 문제도 분명 존재한다. 소득은 부족하지만 자산가격 상승으로 보유세가 증가하는 이른바 '현금흐름 문제'에 대해서는 납부유예 등 정교한 보완책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과 초고가 부동산에 대한 과세 원칙 자체를 흔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50억 원짜리 아파트를 가진 사람의 세 부담을 이야기할 수는 있다. 100억 원짜리 주택 소유자의 사정도 보도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10억 원, 5억 원짜리 집에서 생활하는 국민이나 평생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한 무주택자의 현실보다 훨씬 더 많은 지면과 방송시간을 차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

 

정책 논쟁의 중심에는 언제나 '누가 얼마나 부담하고 누가 얼마나 혜택을 받는가'라는 전체적인 분포가 놓여야 한다.

 

극단적인 사례가 전체 정책을 대표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은 주거이면서 동시에 자산이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주택이 '사는 곳'인 동시에 거대한 투자자산이 되어버렸다는 데 있다.

 

누군가에게 아파트 한 채는 평생 살아갈 집이지만, 누군가에게 여러 채의 주택과 초고가 부동산은 수십억·수백억 원 규모의 자산 포트폴리오다.

 

이 둘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 오히려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

 

실거주 1주택자의 부담을 줄이고 고액 부동산 자산에는 더 높은 부담을 요구하는 정책은 이런 차이를 조세제도에 반영하려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이번 개편에서 '주택 수'뿐 아니라 주택가액과 실제 거주 여부를 중요하게 반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를 서민·중산층 실거주 1주택 보호와 고가주택 보유세 정상화라는 방향으로 설명하고 있다.

 

언론은 강남의 마이크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눈이어야 한다

 

언론은 정부 정책을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그 비판의 기준은 특정 자산계층의 이해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공익이어야 한다.

 

강남의 50억 원 아파트 보유자가 세금이 올랐다고 말한다면, 언론은 동시에 종부세 대상에서 빠지는 실거주 1주택자에게도 마이크를 건네야 한다.

 

압구정 공인중개사에게 시장 분위기를 묻는다면 노원·도봉·금천·관악뿐 아니라 지방의 실수요자와 무주택 청년에게도 물어야 한다.

 

그래야 균형 잡힌 보도다.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금 증가를 수십 차례 보도하면서 세금이 줄어드는 다수의 사례를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면 독자는 실제 정책의 수혜·부담 구조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이 오마이뉴스에 지적했듯이, 극소수 고자산가의 목소리가 국민 전체의 여론처럼 전달되는 현상은 정책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

 

정부도 흔들리지 말되 더 정교해야 한다

 

그렇다고 정부 정책이 무조건 옳다는 뜻은 아니다.

 

보유세 강화가 거래시장과 전월세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령 장기거주자의 현금흐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조세회피나 편법 증여가 증가하지 않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세제만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도 없다. 충분한 주택 공급, 실수요자 금융지원, 투기수요 관리, 임대차시장 안정,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보완 필요성이 초고가 부동산에 대한 적정 과세 원칙을 포기해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정부는 여론의 크기가 아니라 데이터와 정책 효과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실거주 중산층의 부담을 낮추고 초고가 자산에 합당한 부담을 요구한다는 정책 원칙이 타당하다면, 정부는 그 원칙을 유지하면서 부작용을 정교하게 보완해야 한다.

 

0.3%가 아니라 99.7%의 대한민국도 보자

 

부동산 정책의 목적은 특정 지역의 집값을 보호하는 것도, 특정 계층의 자산가치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집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서울과 지방, 청년과 노년층 모두가 예측 가능한 주거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시장의 균형을 만드는 것이 정책의 역할이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세금도 뉴스가 될 수 있다. 래미안원베일리 주민의 걱정도 보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대한민국 전체의 목소리는 아니다.

 

전체 주택의 약 0.3%에 해당하는 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을 크게 보도한다면, 나머지 국민에게 이번 정책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같은 무게로 보여줘야 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역시 이 지점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실거주자는 보호하고, 투기적·비거주 보유와 초고가 자산에는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며, 세제로 확보한 공공의 여력을 주거안정과 서민·청년의 주거기회 확대에 활용하는 방향이라면 그 원칙은 지속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의 기준이 100억 원 아파트 소유자의 세금 걱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책의 중심에는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평생 일하는 국민, 전월세 부담에 시달리는 청년과 서민, 그리고 실제 거주 목적으로 집을 보유한 평범한 1주택자가 있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쟁도 이제는 '강남 집주인의 세금이 얼마나 늘었는가'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 다수의 주거 안정에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부동산 정책이 지켜야 할 원칙이고, 언론이 놓쳐서는 안 될 시선이다.

 

집은 투자의 전리품이 아니라 삶을 시작할 권리다

 

부동산 보도에는 익숙한 장면이 있다. 시세 수십억 원, 많게는 백억 원을 넘는 아파트의 소유자가 보유세 부담을 호소하면, 그 목소리는 곧바로 ‘국민 전체의 세금 불안’처럼 확산된다. 하지만 우리는 먼저 물어야 한다. 그 집은 누구의 집이며, 그 부담은 전체 국민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의 현실인가.

 

최근 부동산 세제개편의 핵심은 단순하다. 실제 거주하는 1주택자의 부담은 낮추고, 살지 않으면서 보유하거나 초고가 주택에 집중된 자산 이익에는 더 큰 사회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실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공시가격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이고, 비거주 1주택자의 공제는 9억 원으로 조정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집을 ‘사는 곳’으로 삼은 사람보다 집을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활용한 사람에게 더 큰 부담을 부과하겠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을 두고 무조건 “서민 증세”라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공시가격 14억 원, 시가 약 20억 원 이하의 실거주 1주택자는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방향이며, 정부 추정상 공동주택 종부세 대상도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초고가 주택이나 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 문제는 분명한 정책적 논쟁거리이지만, 그것이 무주택 청년과 저소득 임차인의 삶보다 앞설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정부 정책에 박수만 보내서도 안 된다. 부동산 정책의 성공은 세제개편 발표문이 아니라, 청년이 주거비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었는지로 증명돼야 한다. 신혼부부가 전세보증금과 대출이자 앞에서 출산을 미루지 않는지, 무주택자가 투기 광풍에 떠밀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지, 공공주택이 발표 물량이 아니라 실제 입주 가능한 집으로 공급되는지를 봐야 한다.

 

현재 공급 여건에는 분명한 경고등이 있다. 최근 전망 자료는 인허가가 일부 늘더라도 착공·분양·준공이 감소하는 흐름을 지적한다. 공급 부족을 이유로 투기 수요까지 풀어주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 공공이 토지와 인허가, 금융을 책임 있게 관리하면서 역세권·직주근접 지역에 양질의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을 실제로 공급해야 한다. 정부는 숫자로 약속한 주택이 언제 착공되고 언제 입주되는지, 계층별로 얼마나 배정되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다자녀 가구 정책은 더 과감해져야 한다. 영유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의 문을 열고, 자녀가 성장했다는 이유로 그 문을 닫는 방식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다섯 자녀 이상을 키워 온 가구라면 자녀의 연령과 무관하게 대가족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주택 지원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넓은 면적의 장기 공공임대, 다자녀 맞춤형 공공분양, 주거 이전비 지원, 방 수와 생활권을 고려한 공급이 필요하다.

 

이미 다자녀 전세임대 제도는 미성년 직계비속 두 명 이상을 양육하는 저소득 무주택 가구를 대상으로 수도권 최대 1억5500만 원의 전세금 지원 한도를 두고 있다. 그러나 다섯 자녀 이상 대가족의 현실은 일반적인 다자녀 기준만으로 충분히 담기 어렵다. 대가족 우선공급 물량과 전용면적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고, 소득·자산·무주택 기간·실제 거주면적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가장 절실한 가구부터 지원해야 한다.

 

부동산은 누군가의 불로소득을 키우는 장치가 아니라, 국민의 생활을 지탱하는 기반이어야 한다. 정부는 투기 억제와 실수요 보호라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되, 공급과 임대차 안정이라는 숙제를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언론은 초고가 주택 소유자의 불안을 전체 민심으로 포장하지 말고, 집 없는 청년과 과밀주거에 놓인 다자녀 가구의 목소리도 같은 비중으로 다뤄야 한다.

 

집 때문에 결혼을 미루지 않고, 아이가 많다는 이유로 더 좁은 집에서 살아가지 않으며, 땀으로 일한 사람이 투기보다 존중받는 사회. 부동산 정책이 향해야 할 곳은 바로 그곳이다.

 

 

 

 

참조기사 링크

 

오마이뉴스 「40억 넘는 집 세금 걱정 전한 언론, 세금 줄어드는 집은 외면」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거주용 1주택, 시가 20억 원까지 종부세 과세 대상서 제외」
 

연합뉴스 「시가 35억 넘는 주택부터 종부세↑」
 

조선일보 관련 기사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관련 자료
 

한국토지주택공사 다자녀 전세임대 관련 자료

 

 

 

뉴스연대 김숭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