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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재명 정부 1년, 실용외교는 무엇을 남겼나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외교 분야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엇갈릴 수 있지만, 외교 성과는 가급적 구호가 아니라 사실과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

 

지난 1년 동안의 외교 행보를 살펴보면, 이재명 정부는 안보 중심 외교와 경제 중심 외교를 병행하면서 실질적인 국익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유럽 순방과 한미·한중·한일 관계 관리 과정에서 나타난 성과들은 단순한 정상회담 개최를 넘어 경제·기술·산업 협력의 구체적인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먼저 주목할 부분은 한-EU 디지털 통상협정(DTA) 체결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과 EU는 디지털 무역과 데이터 이동 규범을 다루는 협정에 공식 서명했다. 이는 한국이 EU와 체결한 최초의 디지털 통상 전용 협정이라는 점에서 상징성과 실질적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

 

물론 데이터 역외 이전 규제가 즉각 완화되거나 기업 활동의 모든 제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GDPR 체계 아래에서 여전히 엄격한 규제가 존재한다. 그러나 디지털 경제 시대에 데이터와 AI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 보다 안정적인 제도적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유럽 첨단기업 4개사로부터 약 1억 6,500만 달러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신고를 유치한 것이 눈에 띈다. 투자 대상은 반도체 장비, 첨단 소재, 산업 장비 모듈, 양자컴퓨팅 연구개발 등 미래 산업과 직결된 분야들이다.

 

특히 과거 일부 해외 순방에서 수십조 원 규모의 양해각서(MOU)가 발표된 뒤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아 논란이 발생했던 사례와 비교하면, 이번에는 투자 기업명과 투자 분야, 신고 규모가 구체적으로 공개됐다는 점에서 투명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유럽 순방의 또 다른 성과는 이탈리아와의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2026~2030 행동계획을 채택한 것이다. 방산, 항공우주, 해양안보, 에너지 전환, 첨단기술 협력 분야를 중장기 계획으로 문서화했다는 점은 단순한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G7 정상회의 참석 역시 의미가 있다. 한국은 초청국 자격으로 AI, 디지털 규범, 공급망 안정화, 글로벌 경제 불균형 해소 등의 논의에 참여했다. 아직 구체적인 산업적 성과를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미래 산업 규칙을 만드는 국제 논의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했다는 점은 장기적 관점에서 중요한 외교 자산이다.

 

한미관계에서도 일정한 진전이 있었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 수준으로 조정하는 합의가 확인되었다. 동시에 대규모 투자 패키지가 수반되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승리라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협상을 통해 한국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사실로 확인된다.

 

핵추진 잠수함 문제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핵잠수함 도입이 확정된 것처럼 주장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현재 단계는 미국의 원칙적 승인과 후속 협의 착수 단계에 가깝다. 다만 수십 년 동안 진전되지 못했던 사안이 협의 테이블 위에 공식적으로 올라왔다는 사실 자체는 이전 정부들과 비교해 의미 있는 외교적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중관계와 한일관계도 변화가 있었다.

 

중국과는 정상회담과 고위급 소통이 재개되면서 관계 복원의 흐름이 확인되었다. 일본과는 셔틀외교 복원과 공동언론발표문 채택을 통해 양국 간 협력 체계를 다시 가동했다.

물론 중국과는 안보·공급망·북핵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여전히 존재하며, 일본과도 강제동원과 위안부 문제 등 역사적 갈등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외교는 갈등이 없어서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 대화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관계 단절이 아니라 관리 체계를 복원했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의 외교는 이전 정부와 무엇이 다른가?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무게를 두었다면,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과 한일 안보협력 강화에 집중했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미국·일본과의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동남아, 인도, 유럽과의 경제·기술 협력을 동시에 확대하는 다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통상, AI 규범, 반도체 공급망, 양자기술, 첨단산업 투자 유치 등 미래 산업을 외교 의제의 중심에 배치했다는 점은 과거 제조업 수출이나 전통적 안보 협력 중심 외교와 구별되는 특징이다.

물론 아직은 출범 1년이다. 외교 성과는 선언이 아니라 투자 집행률, 수출 증가, 기술 협력 성과, 일자리 창출과 같은 구체적 결과로 최종 평가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의 행보를 종합하면, 이재명 정부는 관계 복원과 경제안보 협상, 첨단산업 투자 유치, 디지털 규범 참여라는 네 개의 축에서 일정한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임 정부들이 안보 중심 또는 특정 지역 중심 외교에 무게를 두었다면, 이재명 정부는 안보와 경제, 기술과 공급망, 미국과 중국, 유럽과 아시아를 동시에 고려하는 보다 입체적인 외교를 시도하고 있다.

 

아직 최종 성적표를 받을 단계는 아니지만, 적어도 지난 1년 동안 한국 외교의 활동 반경과 전략적 선택지는 이전보다 넓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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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연대(SRN) 김숭선 기자